아수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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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케자와 집안은 4자매지만, 관혼상제가 아니면 좀처럼 모두가 모이는 일이 없다. 그러나 1979년 겨울, 3녀 타키코의 갑작스런 부름으로 오랜만에 4자매가 모인다. 70세를 맞이하는 아버지 코타로에게 애인과 아이가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믿어지지 않지만, 타키코가 고용한 탐정의 사진에는 모르는 여성과 아이와 찍힌 아버지의 모습이 있었다. 어머니 후지의 귀에는 들어가지 않도록 하자고 약속하는 자매들. 이 사건을 계기로, 언뜻 보기에는 평화스러웠던 여자들이 각각 안고 있던 일상의 이런저런 사건이 하나 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마키코가 아버지 애인의 집 앞에 가자, 그 앞에 아연하게 문을 바라보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있었다. 어머니는 어느 틈에 알아차린 것일까. 나이든 어머니의 마음속에도 아수라가 살고 있는 것일까. 마키코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 쇼크로 쓰러져버린 어머니.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어머니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외톨이가 되어버린 아버지를 조금 복잡한 마음으로 안아주며 지켜보는 4자매들. 이런저런 사건이 지나가고, 타케자와 집안의 거실에서 담소를 나누는 모두에게, 각각의 인생의 새로운 계절이 찾아오려고 하고 있다. <아수라>는 1979년 방영된 인기 TV 드라마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 4자매를 통해 모든 세대의 여성에게 4가지 형태의 사랑을 보여준다. ‘아수라’는, 표면적으로는 인의예지신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으로는 의심 강하고 사실을 왜곡해 타인의 욕을 해대 말다툼의 상징이 된 인도 민족 신을 말한다. 타케자와 집안의 4자매는 마치 아수라처럼 본심을 부딪혀가며 험담을 하고 서로를 질투하거나 미워하지만, 그 저변에는 가족을 배려하는 따뜻한 감정이 흐르고 있다. 이 영화는 여성을 아수라로 비유하면서, 거기에 있는 진짜 가족의 모습과 부모 자식간의 감정을 멋지게 그려내고 있다. (2005년 제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황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