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애상친 : 여자 이야기
7/29
임종을 맞이하는 노인이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딸 후이잉은 고향 마을에 모셔둔 아버지의 묘를 이장해 어머니와 함께 모시기로 마음을 먹지만, 고향에는 아버지의 첫 번째 부인, 난나가 매일 산소를 돌보며 살아온 지 수십 년. 절대 이장해줄 수 없다며 철벽 방어를 하는 난나와의 갈등은 마을 전체의 문제로 커진다. 방송국에서 근무하는 후이잉의 딸 웨이웨이는 동료들에게 이장문제로 벌어진 엄마와 난나의 몸싸움을 보여줬다가 그들의 갈등이 취잿거리가 되면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른다. 영화는 각 세대를 대표하는 세 여성의 삶을 통해 중국 근현대사를 은유적으로 관통하며 다양한 결과와 섬세한 정서를 탁월하게 그려낸다. 8, 90년대 산업화를 경험한 후이잉이 부모 세대와 화해하지 못하고, 자식 세대와도 교감하지 못하는 모습은 유사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아시아인이라면 누구나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영화 곳곳에 배치된 음악들이다. 특히 라디오에서 들려주는 중국 록의 전설, 추이지엔(한국계 최건으로 알려진)의 (꽃집 아가씨)을 배경으로 부부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깊은 울림으로 남는데, 중화권 사람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는 90년대에 대한 향수와 복고 감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지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