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분 2000-11-03 금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국도 위를 노란 승용차가 지나간다. 조수석에서 담배를 피워 무는 엄마(나문희)는 병색이 짙다. 이혼한지 20년 된, 그리고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엄마는 운전을 하고 있는 딸 수정(강문영)의 기분을 풀어 보려 하지만 수정은 그냥 냉랭하기만 하다. 마지막 남은 재산을 탁탁 털어 노란 자동차를 사고, 죽어 가는 엄마와 마지막 여행을 가고 있는 수정은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그녀 역시 어린 딸의 엄마이지만 이혼한 지 두 달, 딸은 남편이 맡아 기르기로 했지만 그녀와 딸의 접촉마저 거부하고 있다. 이번 여행이 끝나고 혼자가 되면 머리를 깎고 절에 들어가는 게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길이다. 안면도의 어느 민박집. 고장난 라디오를 고치던 영운(정승호)은 심상치 않은 모녀의 등장에 당황한다. 엄마는 수정이 시인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분위기가 묘하긴 하지만 왠지 낯설지 않은 모녀. 영운은 모녀에게로의 접근을 시도한다. 그런 영운에게 자연스레 자신들의 속사정을 털어놓는 수정이 엄마는 영 탐탁지 않다. 세상과 사람들과의 이별을 고하러 온 마지막 여행인데 또 다른 남자의 접근이라니. 수정은 남편에게 전화를 걸지만 남편은 딸을 바꿔주지 않는다. 엄마는 그런 수정을 위로하려 해보지만 수정은 오히려 엄마를 원망한다. 이게 다 엄마 탓이라며. 엄마는 답답해진다. 20년 전 남편과 이혼하면서 두 딸을 데리고 나올 때만 해도 자신만만했는데. 첫째 수정은 남편과 이혼하고 자식과 헤어지고, 둘째는 이혼한 어머니를 인정할 수 없다는 시어머니의 말에 엄마와 의를 끊겠다고 전화가 왔다. 죽으러 온 마당에도 엄마는 자식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니. 엄마는 또 다시 절망한다. 나만 엄마인가. 자기도 애를 낳은 엄마인데 자신의 심정을 알 것 아닌가. 엄마는 답답하다. 미칠 것 같은 심정. 엄마는 옷을 하나씩 벗으며 바다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