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분 2004-07-02 금
준수한 외모의 오수형. 어느 날 그는 공원벤치에서 새벽을 가르는 많은 사람들 속에 덩그러니 놓여진 채 잠을 깬다. 얼굴에는 전에 없던 상처가 나있고 모든 기억은 지난 밤 긴 수면과 함께 모두 지워져버렸다. 갈 곳을 몰라 대합실을 헤매지만 소매치기로 오인 받고 경찰서로 연행된 오수형, 신원조회를 통해 이제 자신의 집을 찾아가 기억을 되찾을 수 있겠지 하는 기대에 잔뜩 부푼다. 하지만 경찰이 그를 내려준 곳은 이제 곧 무너져버릴 것만 같은 허름한 임대아파트, 그리고 기다리고 있는 것은 25살이지만 35살처럼 보이는 삶의 무게에 찌든 아내와 4살 박이 아들, 그리고 치매에 연신 욕을 하는 정신 흐릿한 장모뿐이다. 이후 시작된 낯선 아내와의 동거. 자신에게 닥친 현실을 모두 부정하고만 싶다. 그 때 카센터 사장 아내인 미진에게서 연락이 온다. 그리고 무작정 따라 간 교외의 러브호텔, 미진은 자신의 전화번호와 용돈을 쥐어주고 다시 유령처럼 사라진다.